1687년 서포 김만중이 집필한 <구운몽>은 서포 김만중이 노모를 위로하고자 <삼국유사>에 실려있는 ‘조신의 꿈’의 기본 틀을 활용하여 스토리를 확장한 조선판 판타지 소설이다. <구운몽>에는 불교, 유교, 도교 등 한국인의 사상적 기반이 모두 반영되어 있으며 불교적 관점에서 인생무상이라는 주제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불제자가 하룻밤의 꿈속에서 온갖 부귀영화를 맛보고 깨어나, 인간의 부귀영화는 일장춘몽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껴 불법에 귀의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옥루몽>, <옥련몽>과 같은 조선시대 몽자류 소설의 효시에 해당한다. 중국으로 소개되어 청대에
<구운루>라는 소설로 등장하기도 했다.
중국이 자랑하는 조설근의 <홍루몽>과 비슷한 줄거리 형식을 지니고 있는데, 시기상으로 보면 1687년에 쓰여진 <구운몽>이 1740년에 쓰인
<홍루몽>보다 앞선다. 그렇기에 일각에서는 <홍루몽>이 청나라에 수출되어 개작된 <구운루>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줄거리를 소개하면, 선계에서 육관 대사 밑에서 불도를 수행하던 성진이 동정호의 용왕에게 심부름을 갔다가 여덟 선녀와 만나 노닥거리며 입신양명의 유혹에 빠진다. 성진은 돌아와서 속세의 욕망 때문에 고민하다가 스승에게 걸려 여덟 선녀와 함께 속세로 추방된다.
그들은 윤회하여 성진은 양소유라는 사람으로 태어나 승상까지 오르고 속세의 로맨틱한 사건들을 통해 여덟 부인(팔선녀)을 얻어 자식까지 낳아 부와 명예를 얻어 잘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역대 영웅들의 황폐한 무덤을 보고 양소유는 인생의 무상함을 느낀다. 유가의 입신양명을 손에 쥔 그는 이제 불교로 회귀하고자 한다. 그러던 참에 그는 서역의 중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중과의 문답이 진행되는 가운데, 양소유라는 이름과 인물은 꿈속으로 사라지고, 성진은 긴 꿈에서 깨어나 육관대사 앞에 서있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 후 성진은 이전의 죄를 뉘우치고 육관대사의 후계자가 되어 불도를 닦고 팔선녀와 함께 극락에 간다.
서포 김만중은 조선 시대 고위 관직자로 언문(한글)으로 소설을 썼다. 그는 병자호란 중에 유복자로 태어나 외가에서 자라며, 어머니와 형으로부터 교육을 받았고, 평소 효심이 지극했다.
김만중은 1665년에 과거에 급제해 본격적으로 벼슬길에 오르게 된다. 1671년 암행어사가 되어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시찰했고
1672년 동부승지가 되었다.
그러나 효종비 인선왕후의 사망으로 불거진 제2차 예송논쟁에서 서인이 패배하자, 서인이었던 김만중도 파직되어 처음으로 관직 생활에서 쓴 맛을 보게 된다. 1679년에 복직하여 예조참의, 공조판서, 대사헌 등을 지냈다.
1686년에는 숙종이 인현왕후를 폐비시키고 장희빈을 세우려하자 이에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숙종의 분노를 사서 평안북도 선천으로 유배를 떠나게 된다. 이때 유배지에서 노모를 위로하기 위해 <구운몽>을 한글로 썼다. 또 그는 두번째 유배지인 남해 노도에서 숙종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사씨남정기>도 썼다.
그는 같은 소설을 한글과 한문으로 각각 썼는데, 한글로 쓴 소설이라야 진정한 국문학이라는 문학관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 외 저서로는
<서포만필> 그리고 <서포집>에 상당 분량의 시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