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전라·경상도 접경에 살던 연생원은 놀부와 흥부 두 형제를 두고 죽었는데, 형인 놀부는 부모의 유산을 독차지하고 동생인 흥부를 내쫓는다. 흥부는 아내와 여러 자식을 거느리고 움집에서 헐벗고 굶주린 채 갖은 고생을 하면서 묵묵히 살아간다. 그러나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여도 흥부 살림은 여전히 가난하기만 했다.
그런 어느 날 흥부는 땅에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새끼제비를 정성껏 돌본 끝에 날려 보낸다. 이듬해에 그 제비는 흥부에게 보은(報恩)하고자 박씨 한 개를 물어다가 주었는데, 가을이 되자 잘 여문 박을 켰다. 그런데 뜻밖에도 박 속에서는 온갖 눈부신 보물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와 흥부는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었다.
그것을 안 놀부가 흥부에게 달려와 벼락부자가 된 자초지종을 듣고는 자기도 새끼제비 다리를 부러뜨린 뒤 실로 동여매어 날려 보낸다. 그 제비 또한 이듬해 봄에 박씨를 물어다 주었다. 그러나 놀부가 심어서 거둔 박 속에서는 온갖 괴물이 나타나 그의 재산은 눈 깜짝할 사이에 모두 없어지고 그의 집은 수라장이 되었다. 마음씨 고운 흥부는 그래도 놀부를 지성으로 섬겨서 함께 행복을 누렸다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작자와 집필 연대 미상의 소설로, 설화와 판소리 등의 과정을 거쳐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보은 설화가 바탕이 된 형제간의 우애를 내세우면서도 이면적으로는 부농과 빈농 사이에 벌어지는 경제적인 갈등을 제시하고 있다.
조선 후기 신분 변동에 따라 나타난 유랑 농민과 신흥 부농과의 갈등상이 반영된 작품으로 당대의 퇴락하는 양반과 서민의 생활상에 대한 풍속사적인 보고라 할 수 있다.